불편한 이사 날 아침의 시작
2년 만에 이사를 했어요. 현재 사는 집의 리모델링을 다시 하게 되어, 이번에는 처음으로 보관이사까지 진행했습니다.
이사 날 아침, 이사를 시작하기 전에 사장님께 이사할 짐, 저희가 옮길 짐을 확인하는 중이었어요. 주방의 냉장고를 옮기는 거냐고 하시더라구요. 주방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하기 때문에 아마 헷갈리셨을까요. 공사내용 중 바닥재 교체가 있기 때문에 물품들이 전부 빠져야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요. 계약서를 확인해보니 주방에는 김치스탠드 항목에 체크가 되어있더라구요. 저희는 김치 냉장고는 없는데 말이죠. 주방에서는 식기세척기와 냉장고가 이사 물품에 해당되었는데, 저희 냉장고가 해외 브랜드라 김치냉장고 스탠드 타입처럼 생겨서 아마 이곳에 체크를 하신 걸까요. 왜 저는 미리 확인하지 않았을까요. 추측만 늘어갑니다.
식기세척기는 내역에 없었고요. 미리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은 제 탓이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어요. 붙박이장의 물건들은 그대로라고 하시는 거에요. 안방의 붙박이장은 이번 공사 중 교체되지 않지만, 거실의 큰 붙박이 가구들은 새로 교체를 원했던 것이 이번 공사를 진행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어요. 그런데 붙박이장 물건들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니요. 저는 두번 웁니다.
계약서에는 "주방 붙박이장 그대로" 라고 적혀있었어요. 이때부터 저도 헷갈리기 시작하더라구요.
'내가 정말 그랬나. 그래, 안방은 그랬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거실은 분명한데.'
이사 시작도 전인데 이때부터 마음이 불편하기 시작했어요. 왜 미리 확인하지 않았을까 자책도 했고요. 일단 다행스럽고 감사했던 것은 사장님이 일단 이사를 진행하기 위해 추가 박스와 냉장고 커버를 가져오시러 가셨다는 점이에요.
견적서의 중요성
견적서는 단순히 가격표가 아니라 이사 서비스의 범위와 내용을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계약서 입니다. 계약 전에 의심스럽거나 궁금한 것들은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가셔서 저처럼 서로 불편하거나 얼굴 붉히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저도 이 포스팅을 정리하며, 같은 실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해요. 미리 확인하지 않은 견적서나 계약서가 이사가 잘 되었을 경우에는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서로가 난감할 수 있어요.
기본 확인 사항
고객 및 이사 업체 정보 확인
- 고객 이름, 주소, 날짜 등의 고객 정보
- 이사 업체의 사업자 등록번호, 연락처
작업 인원 및 장비
- 남자와 여자 인원 확인 (보통 여성 작업자가 주방 및 청소, 정리 담당)
이사 상세 내역
- 이사할 방과 이사 물품 내역 확인
- 이사할 물품에 따라 인력 수가 달라지고, 짐의 양에 따라 이사 비용이 변동
비용 항목
- 인건비
- 보관비 : 보관 기간, 보관 장소에 따른 요금
- 추가 요금 발생 조건 : 사다리차, TV 및 에어컨 설치, 엘리베이터 유무, 도착지 마무리 청소
손해배상 책임
계약해지 조건
포장 이사 시 확인할 점
포장 자재 및 방법
- 깨지기 쉬운 물건(유리, 도자기), 고가 제품(전자제품, 악기 등)은 별도의 포장 방법이 있는지
- 옷, 침구류 등은 포장용 커버나 전용 박스를 제공해 주는지
- 가구는 해체 후 조립까지 제공하는지
포장 인력 숙련도
- 직원의 숙련도, 팀 구성 (팀장이 있는 경우가 안정적)
- 예상 작업시간
보관 이사 시 확인할 점
보관 장소
- 보관 장소의 온도, 습도 등 관리 상태
- 방충, 방수, 방범, 시설 여부
보관 환경 및 안전성
- 개별 보관인지 공동 보관인지 여부 (개별 보관이 더 안전)
- 보험 가입 여부 (화재, 도난, 훼손 시 보상 가능한지)
- 보관 중 물건에 접근 가능 여부 (필요 시 언제 꺼낼 수 있는지)
계약서에 명시되어야 할 항목
- 포장 및 보관 비용
- 보관 기간 및 비용 변동 사항
- 물건 손상 시 보상 범위 및 처리 방식
- 계약 파기 시 위약금 조건
파손 및 분실 보상
- 포장 및 운송 중 파손 시 보상 금액 기준 확인
- 보관 중 분실 파손 시 보상 여부 명시
이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 제가 받은 이사 견적서
제가 받은 견적서를 첨부합니다. 업체 정보는 삭제했습니다. 글을 작성하고 보니 확인사항들이 빠진 부분이 구멍처럼 많네요. 부끄럽지만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유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보관이사를 진행하는데 보관 장소와 관리 상태도 확인 안하고 진행했네요. 아는 건 컨테이너라는 것뿐.
이번에도 느끼는 건 '저렴한 가격'과 친절함을 보고 결정하면 안된다는 거에요. 계약을 진행하기 전에 사장님과 날짜를 정하고, 최종 비용을 묻고, 견적서 대로 진행이 가능한지 묻는 과정에서 시원하지 않거나 약간 불안한 부분들이 있었는데요. 이사 당일에도 그랬네요. 담당자가 조금은 무뚝뚝해도 업체의 역할과 고객의 역할을 인지하고 일을 명확하게 처리하면 그게 최고인 거 같아요. 타 업체 대비 저렴한 비용에 선뜻내린 결정의 대가인가요. 조금은 귀찮아도 2-3군데 업체에 비교 견적을 내고, 계약 전 마음의 불편함이나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꼭 짚고 넘어가세요. 이사 날 얼굴 붉히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계약서와는 별도로 이사 전, 짐을 줄이시는 것을 추천해요. 이사는 짐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거 같아요. 1년 동안 사용하지 않은 물건들은 과감히 정리하세요. 쓸데없는 물건들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요.
이사의 계절, 이사 시즌을 앞두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과 댓글 꾹 눌러주세요.
(이사 마친 다음 날 새벽, 잠까지 줄이며 올린 글입니다)